일각에선 지난해 폐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겼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. 창업에 스킬이 필요하듯이 `똑똑한 폐업`이 필요한 이유입니다.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배민아카데미에서 열린 `현명한 폐업 방법` 강의에서 "폐업에는 4가지 과정이 필요하다"고 강조했습니다. 폐업119는 폐업 컨설팅 업체로,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무료로 소상공인 폐업 과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. 폐업의 4단계 과정은 ▲임대차 계약 정리 ▲집기설비 처리 ▲사업장 철거 원상 복구 ▲행정법률 문제 등으로 나눠집니다. 고 대표는 "운영 2년차 이상 3개월 연속 적자를 본다면 심각하게 폐업을 고려해야 한다"며 "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"고 조언합니다. 현실은 냉혹합니다. 고 대표는 "초기 투자 비용의 10%만 회수해도 성공한 폐업"이라고 진단합니다.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창업자의 평균 창업 비용은 1억1010만원입니다. 그는 "보증금과 권리금도 매월 영업이익으로 회수해야할 투자금이지만, 양수양도가 이뤄지지 않는 탓에 이를 다 받을 수 있는 폐업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"고 말합니다. 먼저 임대차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폐업 준비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. 임대인에게 폐업의사를 통보한 뒤에는 무엇보다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를 활용해 점포 매물 등록을 할 것을 권유합니다. 고 대표는 "적극적으로 점포 매물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"며 "비슷한 업종의 양수자를 찾으면 집기설비 처리가 원활하고, 원상복구 비용도 줄일 수 있다"고 조언합니다. 폐업하기 좋은 시기는 창업자(양수인)가 가장 많을 때입니다.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월별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때는 4월부터 11월이었습니다. 가장 많았던 달은 5월로, 약 572만5000명입니다. 반면 12월~3월은 550만명 이하로 급격히 줄어듭니다. 집기설비 처리는 특히 외식 자영업자들에게 골칫거리입니다. 폐업119에 따르면 신품은 3년 뒤중고 가격이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집니다. 5년 이후에는 아예 고철로 처분됩니다. 중고집기·설비 매매업체들은 보통 신품의 10% 가격으로 매입한 뒤 여기에 4~5배의 마진을 붙여 재판매합니다. 고 대표는 "매입 업체별 중고 매입 가격 편차가 심하다"며 "처분에 급급하기 보다는 최소 3~5곳 이상의 비교견적을 통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"고 말합니다. 폐업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. 서울시와 경기도는 선발을 통해 점포원상복구비, 영업양도광고비, 점포매각중개수수료 등에 쓰일 150만원 내외의 비용을 지원합니다. 비용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. 정부가 운영하는 `희망리턴 패키지`를 통해 집기설비 처리 중개와 세무·회계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. 민간 차원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아카데미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, 무료로 창업과 폐업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.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게 창업에 뛰어들지 않는 것입니다.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1.3%는 자영업자로, 이는 경제협력기구(OECD) 중 5위입니다. 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자들은 평균 창업비용의 28.7%(3170만원)을 은행권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. 고 대표는 "창업한 뒤 1년내 40~45%, 3년 내 80%가 폐업 수순을 밟는 게 현실이지만 창업 준비 기간은 평균 10.2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"며 "소상공인일수록 업체일수록 보수적으로 창업에 접근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"고 강조합니다.